[12호] 당신은 E형? I형?

 

“I야 E야 뭐야 뭐야 너는 뭐야? (어떤 사람일까)”

최근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서는 MBTI를 이용한 노래 가사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MBTI를 이용한 노래가 나올 정도로 요즘 젊은 세대에게 ‘뭐가 있기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바로 MBTI라고 말할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직장 동료와 대화를 나눌 때 서로의 성격 유형을 확인하는 질문이 오간다. 사실, MBTI는 과거부터 학교에서 많이 해왔던 검사이기에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젊은 세대는 MBTI에 열광하는 것일까.

 

▲MBTI 별 16가지 성격 유형. 이미지를 클릭하면 나의 MBTI유형을 테스트 해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무료 성격유형검사 16Personalities)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 등 4가지 지표에 따라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을 도출하는 검사이다. 60개의 질문에 답을 하면 성격 유형과 함께 장단점, 연애 관계, 우정 스타일, 업무 습관 등을 분석해 준다. (▲테스트는 위 이미지 클릭)

예전에 혈액형을 통해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유행했던 것 처럼, 이제는 MBTI를 이용한 콘텐츠가 대세이다. 대학내일이 공개한 ‘MBTI 성격으로 보는 팀플 반응’에 대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약 81만 회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유형의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생겼다. 인터넷에서는 MBTI 유형별 빵 봉지 묶는 방법, MBTI 유형별 맥주 추천, MBTI로 알아보는 소비패턴등 실생활과 16가지 유형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 위) MBTI별 팀플 스타일을 분석해서 대학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대학내일의 영상 (출처 : 대학내일 유튜브)  아래)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판매하는 MBTI 유형이 적힌 티셔츠. 인기를 모아 현재는 품절되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기업들은 MBTI를 이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MBTI 기획전을 운영했다. 성격 유형에 따라 선물하기 좋은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이 기획전은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클릭수를 기록하면서, MBTI의 인기를 다시금 입증했다. 최근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MBTI 유형이 적힌 티셔츠를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MBTI를 활용해 ‘당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려주는’ 다른 테스트 또한 붐이 일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주문 유형을 알려주는 ‘BMTI’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MBTI를 살짝 변형해, 당신의 주문유형은 HJ형(한식, 중식형) CY형(치킨,야식형)과 같이 알려주는 방식이다. 데이팅 서비스 글램은 ‘MBTI 연애 능력 테스트’를 통해 연애 유형을 알려준다. 내 유형과 어울리는 환상의 케미, 환장의 케미 유형도 함께 알려주며, 자연스럽게 앱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연인이나 친구에게 테스트를 공유하며, 서로의 연애 유형을 알아보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MBTI 를 배달 음식으로 버전으로 응용해 재미를 더한 배달앱 ‘배달의 민족 테스트’, MBTI와 연애능력을 결합해 성향 분석을 해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앱 ‘글랩’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청년 세대의 ‘나를 알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큰 이유이다. MBTI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을 가장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단 60개의 질문으로 나의 성격과 장단점을 규정해 주기 때문이다. MBTI 외에도 마켓컬리에서 진행한 ‘내가 음식이라면’ 테스트, ‘나만의 꽃심기 테스트’, ‘나에게 맞는 학과 테스트’ 등 다양한 ‘나’에 대해서 알려주는 테스트들이 덩달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MBTI 성격 유형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도 있다. 각종 테스트, 영상, 기사를 통해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적용해보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MBTI가 상품 추천에도 적용되면서, 성향에 따라 나만의 맞춤 큐레이션을 받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도 있다. 물건을 구매할 때나 지인의 선물을 고민할 때, 성향을 고려할 수 있으니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들을 단지 16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뉘며 말과 행동, 생각까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MBTI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이해할 수 있는 도구, MBTI. 어색한 친구나 친해지고 싶은 직장 동료가 있다면, MBTI로 가볍게 대화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기사에 포함된 링크를 누르면 관련 정보,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