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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이날치'를 보셨나요?

HDC 소식

by 채널HDC 2020. 10. 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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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판소리가 이렇게 신나고 힙하다니!”

“미처 몰랐는데 랩의 원조는 조선이었네”

박물관이 되냐 문화가 되냐는 종이 한 장 차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관광공사의 유튜브 채널 'Imagine your Korea'에 올라온 한국 홍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가 연일 화제다. 서울, 전주, 부산에서 촬영한 시리즈는 두 달이 안 되어 유튜브 조회 수 8,000만 넘었, 페북과 틱톡 등 SNS 조회 수는 총 2억 7천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13일 후속작으로 공개된 강릉, 안동, 목포 홍보 영상 또한 폭발적인 반응이다. 

틀에 박힌 기존 홍보 영상과 확연히 다른, B급 감성의 독특한 안무와 현대적인 비트를 탄 판소리 음악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내레이션도 없이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오직 음악과 춤으로만 진행된다. 특히 서울 편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범 내려온다'라는 곡은 '1일 범'이란 말을 낳을 정도로, 매일 듣고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이 파격적인 홍보 영상은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와 B급 감성의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체 이들은 누굴까? 음악팬들 사이에선 이미 매니아층이 형성된 이들을 향해, 이제 대중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전주, 부산에서 촬영된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 (사진 출처: youtube.com/imagineyourkorea)

 

 

홍대 클럽에서 판소리 떼창을?

 

우리가 알고 있던 판소리,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있던 국악이 아니다. 판소리와 드럼, 베이스가 만나고, 국악을 타고 신명나는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클럽을 찾은 사람들은 민요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른다.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명 '팝소리'다. '접신한 무당들은 성별이 사라진다'라는 콘셉트를 반영한 파격적인 스타일 또한 젊은 세대의 감각을 저격했다.

'성량이 거대하고 스킬이 대단해 그가 뿜는 소리는 나팔소리처럼 또렷했고, 새소리와 똑같았다'라고 전해지는 조선 시대 명창 이날치. 그 예명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이날치'는 소리꾼 넷, 베이스 둘, 드럼 하나로 구성된 밴드다. "신진 밴드라지만 이들의 음악 경력을 다 합치면 150년은 족히 넘을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미 이들은 대중음악계에서 인정받는 뮤지션들이다. 특히 '전우치', '놈놈놈', '타짜' 등 굵직굵직한 영화 음악 제작으로 유명한 장영규 음악감독(베이시스트)이 이날치의 중심이다.

 

'이날치' (사진 출처: dmzpeacetrain.com/artist_LEENALCHI)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의 만남

 

“저는 '국악'이란 말 자체가 이상했어요. 나라 '국'에 음악 '악', 나라 음악이라 이름 지어 놓고 나라 사람들이 안 듣고 있다, 소외되고 있다. 특별한 매력이 있는데 왜 이럴까, 생각했어요.” 장영규 음악감독은 이런 생각으로 이날치의 결성을 추진했다고 밝힌다. 

음악을 만들 당시만 해도 상업성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는 이날치, 이 생각이 무색할 만큼 등장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범 내려온다' 온스테이지 영상 조회 수는 300만 회를 넘었고, 이날치의 음악으로 자신의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치 멤버들 스스로도 '이렇게 좋아해 줄 줄 몰랐다'라며 놀라워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다. '이날치 현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고리타분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전통음악이 이날치의 재해석을 통해 가장 트렌디하고 새로운 음악으로 부상했다. 

 

 

'파격'이란 '지금'을 즐기는 것

 

“영정조 시대의 판소리와 고종 시대의 판소리가 다르 듯, 지금 우리가 즐기는 게 21세기 판소리죠. 갓과 도포를 쓰고 하는 판소리도 판소리, 이날치의 판소리도 판소리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파격을 보았지만, 사실 이날치는 '새로운' 음악을 시도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흔하지 않은 편성으로 시작해 독특한 음악이 나온 것이지,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는 것. 세상을 흔들 수 있는 파격이란 사실 '가장 나 다운 것'으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임을 증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어쩌면 전통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에 갇혀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없게 된 것이 국악의 딜레마인지도 모른다. 이제 현대적이고 세련된 비트를 타고 대중 곁으로 성큼 다가온 판소리, 이날치의 음악을 통해 세계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이날치가 화제가 되는 것 자체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전통 음악이 섞였다는 신기함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음악으로서 듣고 즐기는 단계까지 가기를 바랍니다.” 판소리로 조선의 힘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파격이 기대된다.

 

 

 

 

*참고 자료

'조선의 아이돌?! 이날치의 도전EP.01- 낯선 것의 지속 가능성' youtube 스튜디오허프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날아라 이날치' https://www.noblesse.com/home/news/magazine

'아! 이 노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음악 감독'과 소리꾼의 만남 ‘조선의 힙’ 이날치 밴드' youtube '14F 일사에프' 

'이날치의 탄생' 이날치 밴드 이야기 뉴스1 연예TV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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