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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짧아야 본다

HDC 소식

by 채널HDC 2020. 10. 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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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뉴욕타임스>는 81년 만에 지면에서 TV 편성표를 없앴다. 스트리밍 시대에 TV 편성표가 더는 사람들의 시청 방식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시청 목록을 스스로 편성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플랫폼마다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해졌고, 당장 무엇이 보고 싶은지 고르기 어려울 만큼 비슷비슷한 콘텐츠도 많아졌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콘텐츠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대박 프로그램들이 있다.

 

 

“죽기 살기로 네고한다” 달라스튜디오 <네고왕>

거침없는 입담의 소유자 황광희가 다짜고짜 BBQ 본사를 찾는다. “왕을 만나러 왔다”라고 외치며 들어간 곳은 BBQ의 최고 경영자가 있는 회장실. 황광희는 어리둥절한 회장님에게 치킨 가격을 깎아 달라고 흥정을 시작한다. “황금 올리브유 치킨 가격을 만 원에 해달라. 치즈볼도 하나 껴서 만 천 원에 해달라.”라는 제안에 직원들은 폭소를 터트린다. BBQ는 밀당 끝에 한 달간 7,000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고, 조회 수 500만이 넘으면 황광희를 브랜드 모델로 쓰겠다는 내용까지 계약에 추가한다. 네고 성공이다. 최근에는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를 찾아가 "시민들이 면도를 하는 과정에서 스크래치가 나니, 팁을 알려달라. 면도기가 너무 비싼 것 같다."라며 네고를 시도해 무려 50% 할인이라는 극적인 협상을 끌어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기업에 직접 전달한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이 예능은 100만 구독자를 앞둔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의 <네고왕>이다.

 

진행자 황광희는 직접 매장에서 소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CEO를 찾아가 가격을 네고한다. (사진 출처: 유튜브 달라스튜디오 프로그램 캡처)

 

 

 

“지상파에선 잘려나간 편집본” 나혼자산다 STUDIO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

아찔한 옷차림에 짙은 화장을 한 세 여자가 신나는 파티를 벌인다. 19금을 넘나드는 솔직한 토크는 기본이고, 먹방, 여행, 댄스 커버 등 매주 노는 방법도 다양하다. MBC <나 혼자 산다>  여성 멤버인 한혜진, 박나래, 화사의 모임을 담은 스핀오프 영상이다. 미방송 편집본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예능 팬들은 색다른 모습에 열광했다. 지상파에서는 편집되었던 '여은파' 세 여성의 친밀하고 과감한 모습이 유튜브에서는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날 수 있었던 것. 에피소드는 유튜브 업로드 이후 5일 만에 조회 수 80만을 돌파했고, TV 버전은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기록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은파' 멤버들  (사진 출처: 유튜브 '나혼자산다 STUDIO' 프로그램 캡처)  

 

 

 

“로맨스에 개그를 더하다” 카카오TV <연애혁명>

웹툰 원작 드라마 <연애혁명>은 10대들에게 연일 이슈다. 달달한 로맨스와, 우정, 꿈을 녹여낸 이야기가 10대 팬들 감성을 완벽히 저격했다.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기존 웹툰 팬도 함께 유입된 케이스다. 카카오 TV가 새로 출범하며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인데, 이틀 만에 조회 수 100만 뷰를 돌파했다. 빠른 호흡과 독특한 콘셉트, 디지털 콘텐츠에 처음 출연하는 스타들의 이색 매력 발산 등 기존 디지털 콘텐츠와 차별화된 재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10대들의 풋풋하고 솔직한 연애 감성에 유머 코드를 더한 '연애혁명'  (사진 출처: 유튜브 카카오TV '연애혁명 하이라이트'편 캡쳐)

 

 

요즘 대세라는 세 개의 콘텐츠.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20분 내외로 짧은 '숏폼' 영상이라는 것. TV보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 언제 어디서나 짧게 끊어 볼 수 있는 형식이 주류가 된 것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 익숙해진 MZ 세대의 소비패턴이 숏폼시장 급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요즘 10~20대는 드라마 전체를 다 보지 않고 15~20분짜리 요약본으로 소비해요. 숏폼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있는 소비자로부터 지금의 변화가 시작됐죠.”

<연애혁명>을 제작한 정근욱 메리크리스마스 부사장은 위와 같이 말하며 저예산,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이었던 숏폼 시장에 대자본이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중파에서 활약했던 김태호 PD와 나영석 사단이 만든 웹 예능 <놀면 뭐 하니>, <채널 십오야>의 성공만 봐도 숏폼 시장이 주류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레이는 짧고 임팩트는 길다

MZ 세대는 더 이상 '마지막 회까지 봐야한다'라는 의무감에 휘둘리지 않는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고 싶은 방식으로 보고, 더 이상 다음이 궁금하지 않거나 지루함을 느꼈을 때는 그만 보는 자유를 누린다. 끝까지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이 더 필요해진 이유다.

이러한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있어서 숏폼 콘텐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큰 제작비가 요구되는 콘텐츠에 비해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 더욱 도전적인 기획이 가능하다.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로 짜인 밀도 있는 재미를 추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비교적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것. 또한 호흡이 긴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짧게 시장에 내놓아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좋은 콘텐츠는 형식을 뛰어넘는다

콘텐츠 소비를 플랫폼이 아닌, 소비자가 리드하는 시대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움을 던져주는 콘텐츠를 기대한다. 전설적인 록밴드 퀸이 연례 없는 6분짜리 곡 'Bohemian Rhapsody'로 세상을 놀라게 했듯, 좋은 작품은 형식의 틀을 깨고 나오기도 한다. 범람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승자로 살아남는 건 단순히 소비 트렌드에 맞춘 형식을 뛰어넘어, 마음을 사로잡는 유혹적인 스토리텔링 자체가 아닐까.

 

 

 

 

[참고 자료]

숏폼 콘텐츠의 부상이 의미하는 것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140&aid=0000042934

회당 10~20분 분량의 숏폼 콘텐츠 전성시대, 거대 자본 운용하는 제작사들 대거 뛰어드는 이유는https://entertain.naver.com/read?oid=140&aid=0000042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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