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의 마법사 세계에는 ‘온갖 맛이 나는 젤리’가 있다. 흔히 젤리를 먹을 때 딸기 맛, 초콜릿 맛, 쿠키 맛 등 예상하는 맛이 있는데, ‘온갖 맛이 나는 젤리’에는 후추 맛, 흙 맛, 풀 맛처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맛도 있다. 맛은 유쾌하지 않지만 먹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실제로도 출시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제품이다.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시리얼도 예상 가능한 맛이 있다. 초콜릿 맛, 과일 맛, 곡물 맛. 그런데 최근, 시리얼 계에 생각지도 못한 맛이 등장했다. 바로, 진짜 대파가 들어간 ‘파맛’ 시리얼, ‘파맛 첵스’를 선보인 것이다.
고객에게 실망을 안겼던 이벤트, 펀마케팅으로 되살아나다
농심켈로그가 갑자기 ‘파맛’ 첵스를 출시하게 된 사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농심켈로그는 ‘첵스초코나라 대통령 선거’를 시행했다. 초콜릿 맛 시리얼 체키와 파맛 시리얼 차카는 각자의 맛을 선보이는 공약을 내걸었다. 사실, 이 선거는 기존의 초콜릿 맛 시리얼 ‘첵스 초코’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농심켈로그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정말 파맛을 만드는지 보겠다’며 소비자들은 재미로 파맛 첵스에 표를 던졌다. 의외의 파맛 시리얼 차카의 선전에 당황한 켈로그는 중복 투표를 지적하며 투표를 다시 집계했다. ARS와 현장 투표를 추가로 진행한 결과, 초콜릿 맛 시리얼 ‘체키’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결과를 ‘부정선거’라며 인정하지 않았고, 이 이벤트는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소비자를 농락한 ‘전설의 파맛 첵스 사건’으로 불리며 각종 패러디와 풍자를 낳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사례로 평가되던 ‘파맛 첵스 사건’에 반전이 생겼다. 바로 16년 만에 정말로 ‘파맛 첵스’가 출시된 것이다. 너무 늦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며 가수 태진아를 섭외해 ‘미안 미안해~’를 부르며 사과하는 CF를 만들어 홍보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이틀 만에 준비한 수량이 모두 매진되었고, 사람들은 결국 투표가 승리했다며 ‘파맛첵스’는 ‘민주주의 맛’으로 칭해졌다. 그토록 기다려온 시리얼 맛은 어땠을까. 파맛과 우유가 어우러지지 않아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라는 평이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품인만큼 ‘맛없는 맛’까지 즐기며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파맛 첵스’의 파맛을 이용해 시리얼에 파김치, 파전, 라면 등에 첨가하며 맛이 어떤지 후기를 올리고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상품을 즐겼다.
재미를 더한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요즘 사람들은 제품에 담긴 ‘재밌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이러한 소비자를 ‘펀슈머(Fun-sumer)’로 칭한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식품업계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활발하게 출시하기 시작했다. 인기 아이스크림 죠스바, 스크류바, 수박바의 맛있는 부분만 합친 ‘죠크박’은 출시 일주일 만에 한정수량 180만 개가 매진되었고, 삼겹살의 살코기와 비계를 꼭 닮은 ‘삼겹살 젤리’는 각종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재미를 이용한 펀 마케팅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도 있다. 롯데푸드의 파스퇴르는 유튜브 공식 채널에 우유를 6,300번 저어서 만드는 ‘지옥에서 온 뒤져트 챌린지’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조회수 123만 회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빙그레는 요즘 ‘펀마케팅’으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대표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시작으로 빙그레 나라의 비서 ‘투게더리고리경’, 부장 ‘옹떼 메노라’ 등 자사 제품들을 캐릭터로 만들어 한 편의 만화 같은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마케팅 이후 빙그레 SNS 공식계정 팔로워 수가 4만 명 이상 늘어났다. 최근엔 과자 '꽃게랑'으로 패션 브랜드인 ‘꼬트게랑 cotes-guerang’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평범한 제품을 거부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16년 동안 출시되지 못했던 제품을 출시하게 만들기도 하고, 만우절 이벤트로 웃자고 만든 제품에 열광한다. 기업의 예상과 기존 소비 트렌드에서 벗어난, 재미있고 독특한 제품을 원하는 것이다.
과거의 흐름에 따르되,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모두에게 사랑받을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분명 어렵다. 하지만 생각보다 정답은 가까이 있다.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트렌드와 재미 그리고 인기까지 일석삼조의 쾌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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