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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이렇게 사과합니다

HDC 소식

by 채널HDC 2020. 12. 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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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과는 '독'이 되는가

 

지난 11월, 한 SNS에 겁먹은 눈망울로 엎드린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의 사진 한장이 올라오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롯데마트 입구에서 퍼피워커(시각장애인 안내견의 훈련을 돕는 자원봉사자)와 안내견 훈련 중인 강아지가 출입을 저지당하면서 고성이 오간 현장이 공개된 것.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롯데마트 측은 곧장 사과문을 올렸다.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 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사과문이지만, 이후 논란은 더 커졌다. 안내견 출입 금지는 시각장애인 출입 거부와 다를 게 없는데, '장애인 권리 침해'를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회피한 것이 문제였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 또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파운데이션을 주문한 한 고객에게,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컬러라며 다른 색상의 제품을 임의로 배송한 것. 이는 고객 개인의 취향을 무시한 인종차별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에 한국 지사는 3일 만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피해 당사자나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SNS를 이용한 '가벼운 태도'로 인해 더 큰 비난이 일었다. 

사과의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 바로 어떻게 사과하느냐다. 진정성이 없는 사과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좌)롯데마트 입구에서 출입을 저지당한 시각장애인 훈련견(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 (우)에스티로더가 고객에게 임의로 배송한 제품과 메모(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진정한 사과는 신뢰를 준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이 부회장은 별다른 변명 없이 병원 측 관리 소홀을 인정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한 개인사를 언급하여 피해자를 향한 공감을 표했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았다.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이 사과문은 진정성있는 사과의 정석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한편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는 지난 시즌, 손흥민 선수가 경기 중 상대팀 고메즈 선수에게 큰 부상을 입힌 사고가 있었다. 당시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거듭 사과하는 손 선수의 모습은 많은 축구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의 표정에서부터 뼈저린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손 선수는 이후 열린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고메즈 선수가 낫기를 기원하는 '기도 세레머니'를 보여주었다. 또한 휴대전화로 사과의 문자를 보내는 등 개인적인 연락을 취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는데 온 정성을 쏟았다. 

“쾌유를 빈다. 너와 너의 가족, 동료들에게 정말로 미안하다.” 

이에 고메즈 선수는 ‘손흥민을 용서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준 것에 감사한다’라는 말을 남겼고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손 선수에게 내린 출장 정지를 철회했다. 말보다도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진심 어린 사과는 상황을 수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좌)메르스 사태 당시, 사과문을 발표하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출처: 유튜브 CNET 뉴스 캡처) / (우)손흥민 선수의 기도 세레머니(출처: 유튜브 '스포츠타임' 경기 영상 캡처)

 



어떻게 사과해야 할 것인가

 

누구나 논란에 오를 수 있고, 어떤 기업에나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이같은 위기 관리에 있어서 피해와 불편을 입은 대상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언제, 누가, 어떤 내용으로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대중의 평가가 기업의 존속까지 결정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과문을 작성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잘 담겼는지 유심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① 나는 누구인가
② 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했는가
③ 그래서 누구에게 손해를 끼쳤는가
④ 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은 있는가
⑤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
⑥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현명한 사과는 변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해야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해결방안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해결 방안이 부재한 사과문은 '그래서?'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타이밍 또한 늦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을 때도 문제를 성숙하게 인지하고 대처한다면, 이는 오히려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이 능동적으로 '올바른 사과법'을 숙지해야하는 이유다. 

우리 HDC 역시 점점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나 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에 항의하는 고객의 민원을 대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고객과의 보다 성숙한 소통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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