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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한 해 동안 벌어진 일

HDC 생각

by 채널HDC 2020. 12. 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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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가히 인류의 신 기원이 될 만한 'New B.C.'를 출현케 한 변곡점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뉴욕 타임즈 기고문 'Our New Historical Divide, B.C. and A.C.'를 통해 앞으로 역사는 B.C. (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 즉,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사회 전반에서 기존 질서를 대신하는 뉴 노멀(New Normal)의 표준이 생겨난다는 의미이다.

결코 잊을 수 없을 2020년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사라지게 했고 또 많은 것을 새롭게 가져다 주었다. 

 

 

 

 

비대면 시대에 일의 본질과 마주하다 


가장 큰 변화는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집에서 근무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줌 미팅'이 일반 명사처럼 쓰이는가 하면 웨비나로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화상에서의 모임이 회식을 대신하기도 한다.


재택 근무가 단순히 일하는 형태만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다. 직장인들로 하여금 일의 본질을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일’이란 시간을 들여 무언가 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강했다. 혹자는 회사에 나가는 것 자체를 곧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출근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지고 일하는 장면을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일의 핵심이 선명히 드러났다.

시간의 양이 아닌 결과의 질 즉,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관건이 되었다. 상사들의 조직관리 포인트 역시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에서 자율과 책임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실시간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한, 직원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업무를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끄는 것이 상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개개인 역시 혼자 일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한층 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었다. 막힘없이 일이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일의 과정을 놓치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만큼 명확한 의사전달의 필요성도 커졌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시키려면 나 자신부터 모든 이슈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동료에게 업혀 가거나 조직에 적당히 묻어가는 것이 점점 더 힘든 환경이 되었다. 그동안 구호처럼 외치던 스마트워크를 비로소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워크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갖가지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일에 대한 근원적인 관점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의 혁신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라는 거부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사건은 우리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었다.


때때로 사람들의 인식은 서서히, 점진적 이동이 아닌 급진적 변화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제 재택이냐 출근이냐는 그리 중요치 않다. 앞으로 우리 직업은 보다 본질적인 목표를 향해 나가야만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바꾸어 놓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대면”이 일하는 방식, 일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는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여럿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공동체보다 개인이 더 중요한 분위기로 변모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광장은 텅 비었지만 SNS에는 더 많은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혼자 일을 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가를 즐기는 등 혼자만의 일상을 나누는 일은 자연스러워졌다. 


그 혼자만의 시간을 디지털이 채우고 있다. 학교 수업에서부터 쇼핑, 레저, 엔터테인먼트, 건강, 금융, 관공서 업무까지 일상에서 디지털의 위력이 미치지 않은 영역은 거의 없다. Microsoft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코로나로 인해 2년 이상 걸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단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디지털을 활용하는 계층도 눈에 띄게 확대되어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5,60대 이상이 온라인 쇼핑의 핵심 구매세력으로 급부상했으며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창업하는 장년층 숫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줌으로 트롯트 콘서트를 즐기는 70대 할머니, 유투브로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80대 할아버지 등등 세대간 정보와 문화의 격차 또한 아주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문이 될 2021년 


돌이켜 보면 참으로 혼란스러웠지만 혼돈 속에서도 자신만의 생존법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한 해였다. 삶의 기본 틀부터 흔들어 놓은 위기 앞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하며 보냈다. 2020년은 결코 사라진 시간, 도둑맞은 1년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강하게 담금질하는 소중한 훈련의 경험이었다. 코로나의 종식을 열망하던 사람들은 이제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꿈임을 깨닫고 있다. 설사 코로나가 끝난다 해도 결코 예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위드 코로나'를 헤쳐 나갈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1년 경제 전망을 비롯하여 각종 지표들은 결코 녹록치 않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가지 않은 길, 겪어보지 못한 세상은 두렵기 마련이다. 그러나 2020년의 인내는 불확실한 내일을 살아가는데 훌륭한 자산이 되어 줄 것이다. 기회의 2021년을 기대하며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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