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록을 없애주세요
사랑하는 친구의 번호 쯤은 욀 수 있도록
카메라를 없애주세요
사랑하는 아이의 얼굴을 두눈에 담도록
문자 기능을 없애주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시 긴 연애편지를 쓰도록
기술은 언제나 사람에게 지고 맙니다
사람을 향합니다
2005년에 히트 친 SK텔레콤의 TV 광고 카피를 기억하는가. '언택트'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그 시기에도 이미 사람들은 첨단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 간의 온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접촉하지 않고 살아가는 기술'이 뉴노멀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집에서 혼자 물건을 사고, 음식을 주문하고, 업무를 하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의 감성과 공감 능력은 필요할까? 역설적이게도 언택트 기술은 단절이 아닌 접촉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왜 지금 '휴먼터치'를 바라보는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은 감성을 핵심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증명해준다. 넷플릭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도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발빠르게 성장했지만, 이는 '태거'라고 불리는 영상 콘텐츠 전문가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약 50명의 전문가들이 신규 콘텐츠를 일일이 감상하고 분석해서 태그와 메타 데이터를 생성, 무려 7만 6,000여 가지의 마이크로 장르로 쪼개내는 것. 이 작업은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이해와 미묘한 뉘앙스까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AI가 아닌 경험이 풍부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 극도로 세분화된 분류 작업을 '넷플릭스 양자이론'이라 부른다.
한국의 정세주 대표가 뉴욕에서 런칭한 '눔코치'는 AI 기반 코칭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이다. 정교한 AI 알고리즘과 게임 요소로 승부했으나 이내 '진짜 사람' 없이는 역부족임을 깨닫게 되었다. 회원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것은 마라톤 페이스 메이커와 같은 사람의 응원과 공감이었던 것. 자동 응대와 반복적인 업무는 AI에게 맡기되 회원 개개인을 위한 '지적인 대화'는 사람 코치가 수행하게 했다. 그 후 가격이 올랐음에도 가입자는 크게 늘었다. 사람들이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는 '진실의 순간'은 바로 휴먼터치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휴먼터치로 다가가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언택트의 파도 속에서 휴먼터치는 너무 먼 이정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휴먼터치를 담아 내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사람에게 다가가고자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1. 사람을 중심으로 한 환경 만들기
대부분의 은행들이 모바일 뱅킹과 금융 상담 챗봇 등 빠르고 신속한 언택트 서비스에 집중할 때, 미국의 움프쿠아 은행은 오히려 느리고 여유있는 슬로우 뱅킹을 표방하면서 '프리티쿨 호텔 캠페인'을 통해 고객과 만나는 공간을 호텔급으로 고급화시켰다. 특히 모바일 뱅킹 앱에서 고객이 직접 상담 직원의 프로필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움프쿠어 고투' 서비스를 제공하여 인간적 접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나의 상담 직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디지털 프라이빗 뱅킹을 구현한 것이다.
2. 따뜻한 인간적 소통 강화하기
물리적인 접촉은 줄었지만, 오히려 온라인 상의 터치 포인트는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기술의 편리함만으로는 고객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다. 집에서 바텐더 체험과 가상 자전거 여행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유튜브 먹방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대기업 오너, SNS 소통을 강화하는 온라인 마케팅 등 위기의 시기일수록 활발하고 따뜻한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3. 기술에 사람의 숨결 불어넣기
2019년 KT가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에게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건넨 말을 분석했는데 1위는 다름아닌 "사랑해”였다고 한다. “안녕” “뭐해?” “고마워” 등 감성적인 대화 시도가 뒤를 이었다. 이는 사람들이 음성 비서에게 기대하는 것이 디지털 동반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몇몇 주에선 코로나 19로 인해 고립된 노인층에게 반려견 로봇을 보급했고, 1년 후 참가자의 70%가 고립감이 감소되었다고 답변했다. 기술이 지향해야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따뜻함'인 것이다.
4. 내부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 챙김
조직 내 원격근무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교류와 스킨십이 더 필요해졌다. 대니얼 골먼은 '조직의 성과에서 이성의 영향력은 20%에 불과하며, 감성의 영향력은 80%에 달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마음은 업무의 생산성과 직결되므로, 구성원 개개인을 위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언택트 기술이 주목받을 수록 오히려 접촉이 중요해지는 것은 우리가 '만나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 만나는 곳, 나아가 고객과 만나는 곳, 그 모든 곳에 진정성 있는 휴먼터치가 존재한다면 팬데믹의 급격한 파도도 따뜻한 온기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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