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 액티브 시니어가 온다

 

티켓 사이트를 노려보는 눈, 광적인 클릭의 피케팅, 예매 성공 후 환호까지.

새로 런칭한 소형 자동차 광고의 이 모습은 10대 팬클럽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머리가 희끗한시니어 여성 4인의 모습이다. 친구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티켓팅을 하고, 차를 타고 떠나는 유쾌한 나이 든 여성들의 모습! 늘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광고를 해오던 소형차 광고에 왜 이들이 등장했을까?

▲아반떼 광고의 한 장면

 

실제로 지난해 50대 여성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차량은 ‘아반떼’로, 이 세대가 활동적이고 기동성 있는 소형차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광고가 공개된 유튜브에도 ‘퇴직하신 분들 느릿느릿 세단보다 여기저기 몰고 다니기 좋은 차 선호해요’ 같이 실제 현실을 잘 반영한 광고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시니어층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 후 무기력하게 적적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좀 더 즐거운 삶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젊었을 때 못해본 것에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파워집단으로 떠오른 이들을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른다.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

‘액티브 시니어’는 58년생을 전후로 한 50~60대의 신중년으로 ‘오팔 세대’라고도 한다.(숫자 '58'과 영어 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중의적 표현)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로 노인 세대와는 달리,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고, 한국 사회의 고도 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내며 자산면에서도 젊은 세대보다 여유가 있다. 고등교육을 받아 배움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아직 신체가 건강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활력을 가지기도 했다.

이들이 대거 은퇴를 시작하면서 ‘시간’과 ‘돈’을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소비 집단이 되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 순자산 보유액이 50대와 6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하기 바쁜 젊은 세대에 비해 은퇴 후 시간이 많다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의 구매력은 2020년 72조 8000억 원대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시니어의 마음을 잡아라

소비력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최근 패션업계는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이들 ‘액티브 시니어’를 구매력이 가장 높은 두 집단으로 판단하고 시니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코오롱 스포츠는 모델로 김혜자 씨를, 스트리스 캐쥬얼 MLB는 문숙 씨를 모델로 섭외하기도 했다. 전문 시니어 모델도 등장했다. 55년생인 ‘김칠두’씨는 런웨이, 광고, 화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뉴발란스는 아빠의 스타일을 새롭게 바꿔주는 메이크오버 프로젝트 ‘아빠의 그레이’를 진행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시니어모델을 적극 기용하고 있는 패션업계.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도전, 여행을 이야기하는 코오롱스포츠 김혜자 화보. MLB  문숙 화보. 국내 1 호 시니어 전문 모델 김칠두씨. 뉴발란스 '아빠는 그레이' 캠페인 사진 (출처: 브랜드 홈페이지, 김칠두 인스타그램)

 

문화 콘텐츠 업계에서도 이들은 큰손이다. 1년에 1편 이상의 콘서트를 본 사람의 비율, 뮤지컬 내한공연 관람률도 이들이 가장 높았다. (*CJ E&M의 조사 결과) 여유 시간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통신 3사는 IPTV에 시니어 대상의 VOD 특별관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보다 일찍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경험한 일본. 1947~49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는 일본의 핵심 소비층이다. 1970-80년대의 고도성장을 이끈 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부유한 세대로, 이들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가 시니어 중심으로 바뀌어 ‘시니어 시프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게이오 백화점은 고객 매출의 70%가 50대 이상에서 나오자 8층 전체를 시니어 전용매장으로 만들었다. 이런 모습이 이제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 백화점들도 시니어를 위한 문화센터 개설하는 등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식을 다 키우고 이제서야 본인 스스로 즐거운 일에 마음껏 도전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소비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이들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