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전성시대가 온다
‘기업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답한다면, 이제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취급받는 세상이 됐다. 지구 온난화와 대기 오염, 물 부족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와 전 지구적인 양극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갈수록 강화시키고 있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경영’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Environment`(친환경), `Social`(사회적 책임), `Governance`(지배구조 개선)의 첫 글자를 딴 ‘ESG’는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발표한 공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2000년대 영국을 비롯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권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가 도입되었고, 사회책임투자가 본격적으로 장려되기 시작했다.
‘윤리적인’ 투자자들이 기업도 바꾼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경영’에 뛰어들게 된 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투자 지표가 되면서부터다. 2020년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 경영자 래리 핑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 기준으로 삼겠다”라고 발표한 게 ESG 투자를 부추기는 신호탄이 되었고, 실제 작년 세계 ESG 펀드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ESG로의 거대한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APG와 블랙록 등 대형 투자 기관들의 반발에 따라 해외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을 개발하지 않기로 선언한 한전 사례에서 보듯, 국내에서도 ESG경영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의 ‘윤리적’ 투자자들은 환경 문제뿐 아니라 나아가 지배구조의 투명성, 조직 내 성차별 문제 등 기업에 대한 ‘선한 감시’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경쟁력 뿐 아니라 지배구조와 조직 문화 등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적 수준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높여야 하는 이유다.
ESG에 가까이, 더 가까이
한국은 최근 무디스가 발표한 세계 144개국의 국가별 ESG 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하지만 탄소 전환, 기후변화, 수자원 관리 등 ‘환경’ 분야에서는 아직 2등급에 머물러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 산업 군에 속해있는 기업들도 ESG등급이 ‘B급’인 케이스가 많다. 무엇보다 친환경 ESG 투자에 힘을 실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초 주요 기업의 CEO들은 신년사에서 하나같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SK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ESG전략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전담조직을 꾸려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에너지 절감 시스템 및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코레일과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들도 녹색 채권 발행에 앞장서고 있으며,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으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 등 국내의 ESG펀드 투자 규모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리적 혁신이 필요한 ESG 시대
100% 신재생 에너지만 이용하는 첨단 건물인 애플파크를 지은 애플이나 탄소 저감 정책에서 나아가 기존의 탄소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친환경 윤리적 경영에 한발 앞서있는 상황이다. 파리 기후 협약 재가입,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청정 에너지 2조 달러 투자 등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는 바이든 정부의 등장에 따라 이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기존의 주주 자본주의 대신 고객과 근로자 및 지역사회를 배려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변화가 실제로 어디까지 이뤄질지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SG경영이란 결국 윤리경영이다. 일부에서는 ESG경영도 기업의 이익 추구라는 본질을 포장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한계를 긋기도 하지만, 확실한 건 기업들은 기존의 리스크 관리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 시장의 플레이어 이전에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단순한 제스처가 아닌 적극적인 액션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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