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하면 “짜장면 시키신 분~”과 함께 철가방이 연상되던 시절은 정말 옛날이 되었다. 핸드폰 앱(App)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 배달 시장은 전쟁이라고 할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국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일명 배민)은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세계 배달 시장의 1위의 독일 푸드테크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회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미 배달앱 요기요, 배달통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DH가 배민까지 인수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 배달시장의 98%가 외국계 기업에 넘어가게 된다. 이 M&A로 SNS에선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배신의 민족’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배달시장에 이토록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분석하기 알아둘 것이 있다. 바로 실제 DH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투자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 그룹이자 세계적인 투자사 ‘내스퍼스’가 그 주인공이다.
신문사에서 투자사로 변신에 성공한, 내스퍼스
19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언론사로 출발한 내스퍼스는 1980년대까지도 출판을 겸한 종이 신문사에 불과했다. 1997년 엠넷(M-Net)의 창립자 쿠스 베커가 내스퍼스를 인수하면서 종합 미디어 그룹 겸 글로벌 투자사로 변신했다. 쿠스 베커는 내스퍼스를 통해 전 세계 130여 개국에 걸쳐 수많은 기업에 투자했는데 대부분 인터넷과 뉴미디어 분야였다. 대표적으로 2001년 중국의 메신저 서비스 업체인 텐센트에 3200만 달러를 투자해 현재 4천 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고 있다.
쿠스 베커는 투자만 할 뿐 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 전략’을 추구한다. 또한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다소 정치적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에서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편다. 이는 내스퍼스의 경영 이념인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지역 단위로 행동한다.’라는 모토와도 일치한다.
급성장하는 배달 시장에 뛰어들다
내스퍼스는 201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에 집중 투자했다. 시장조사 기업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의하면 2018년에 820억 달러 수준인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2000억 달러까지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내스퍼스는 2015년 브라질의 배달앱 스타트업 아이푸드 투자를 시작으로 2017년 독일 기업 DH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어 인도 배달앱 1위 스위기의 최대 주주가 됐으며, 중국 배달앱 1위 메이퇸, 동남아 1위 푸드판다, 한국 1위 배민 등의 지분을 자사 혹은 투자사를 통해 인수했다. 최근에는 영국 배달앱 1위 저스트잇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세계의 배달 시장을 장악할 기세다.
배달 시장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눈독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아마존은 영국 배달앱 딜리버루에 5억 7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도 2018년 인도네시아 배달앱 고젝에 1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사 비전펀드는 음식 배달앱 그랩푸드를 소유한 그랩에 14억 6천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한국의 쿠팡이츠와 미국의 도어대시에도 투자했다.
글로벌 기업까지 뛰어든 국내 배달앱 시장
글로벌 기업들이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에 이토록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과 확장성 때문이다. 도시 인구 증가, 스마트폰 사용, 중산층 소비 확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 확대 등의 전 지구적 추세가 음식 배달 산업의 성장을 보증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은 물류업과 디지털 기술, 정보 혁신을 아우르는 분야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국내 시장은 인구밀도가 높고 10만 명당 식당 수가 뉴욕의 다섯 배나 되며 배달앱의 활용도가 높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배민을 인수한 DH는 음식 배달앱 시장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체 전망한다.
이런 시장을 국내의 다른 기업도 놓칠리 없다. 현재 네이버, 쿠팡이츠, 카카오, 위메프 등은 아직 전면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지 않았지만 각종 프로모션과 시범 서비스 등을 통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비대면 원스톱 주문 결제 서비스인 ‘스마트 주문’과 무료 업체 등록 서비스인 스마트플레이스가 활성화되어 배달 기능만 추가하면 돼 유리한 입장이다. 직영 배달망을 운영하는 쿠팡이츠는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는 오래된 식당이나 고급 요리 전문점 등 프리미엄 배달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후발 업체를 지원하는 ‘유효경쟁’ 촉진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배달 시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의 변화, 그 속에서 온라인 배달 시장은 성장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미 개인의 삶과 시장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된 배달앱. 향후 국내 온라인 배달 시장을 누가 선점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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