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누군가의 문 앞에는 신문이 놓여 있다. 그들이 신문 가판대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두툼한 신문을 읽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구독 덕분이다.
제레미 러프킨이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미래는 구매가 아닌 '접속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듯 이제는 유튜브, 넷플릭스, 멜론, 스포티파이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한다.
그리고 지금은 유형의 재화까지 구독하기에 이르렀다. 구독 서비스로 꽃, 햄버거 그리고 차량까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는’다는 의미의 ‘구독’은 이제 유형의 상품과 서비스 영역으로 폭넓어져, 이른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대가 되었다.
꽃부터 자동차까지, 구독으로 해결하세요.
‘꾸까’는 정기적으로 매번 다른 꽃을 받아볼 수 있는 꽃 구독 서비스이다. 2014년 ‘일상에서 즐기는 꽃 문화’를 모토로 시작한 꾸까는, 꽃 유통 과정을 줄여 가격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구독 경제에 뛰어들었다. 최소 월 17,900원부터 이용 가능하며, S부터 XL까지 다양한 꽃 사이즈와 주기를 정하여 서비스를 신청하면, 집에서 싱싱한 꽃을 받을 수 있다. 매번 새로운 꽃으로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남다른 서비스로, 누적 구독자 수는 23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19로 봄 날씨를 즐기지 못하는 대신 꽃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2020년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성장했다.
버거킹은 햄버거 브랜드 최초로 매주 햄버거 1개를 살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패스트푸드도 정기 구독할 수 있다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취지이다. 정가 2,100원의 햄버거를, 월 4,700원에 4개를 구입할 수 있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구독 서비스의 매력을 더했다. 햄버거뿐 아니라 커피도 구독할 수 있다. 정가 1,500원의 아메리카노를, 월 4,900원에 30잔을 구입할 수 있다. 정가보다 약 45~50% 싸게 햄버거와 커피를 구입할 수 있는 버거킹의 정기 구독 서비스는, 아직 한정적으로 시행 중이지만 고객 반응에 따라 메뉴와 기간을 확대할 예정이다.
자동차도 정기 구독 서비스가 생겼다. 현대자동차는 월 단위로 다양한 차종을 이용할 수 있는 ‘현대 셀렉션’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소 월 72만 원으로 보험료부터 자동차세, 차량 관리 비용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필요한 차종을 추가비용 없이 최대 월 2회까지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차 구매 전 차량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빠르고 쉽게 신청 및 결제할 수 있고, 서울·수도권 지역이라면 어디든 차량을 가져다주니 편리하다. 이렇게 단기간 차량이 필요하거나 다양한 차종을 이용해보고 싶은 고객들에게,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색다르고 신선한 경험일 것이다.
꽃, 햄버거,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문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그림을 최소 월 39,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그림 구독 서비스 ‘오픈갤러리’, 건강 설문을 통해 맞춤 영양성분을 찾은 뒤, 매달 필요한 영양제를 받는 맞춤 영양제 구독 서비스 ‘필리’, 2,000여 종이 넘는 전통주를 매달 받아볼 수 있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 이외에도 반찬, 침구, 속옷 등의 분야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급변하는 트렌드, 소유보다 경험
이렇게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효율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금, 물건 하나를 소유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러 상품과 서비스의 비용을 모두 지불하는 것 또한 비효율적이다.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정기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에 열광하는 것이다. 또한, 번거롭게 매번 상품과 서비스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데다가, 꾸준히 구독하는 충성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인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6년 26조 원이었던 국내 구독 서비스 규모가, 2020년에는 약 40조 원에 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우리에게 ‘구독 서비스’는 낯설지 않다. 문 앞에 놓인 신문을 생각해 보면, 구독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삶에 들어와 있었다. 지금껏 꾸준히 사랑받아온 것처럼, ‘구독 서비스’는 앞으로 식품, 건강,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까지 분야를 넓히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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