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일의 많은 것들이 기획의 산물이다. 기획은 쉽게 말해 ‘무에서 유’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생명력 있는 실체’로 규정하는 작업이다. 건물을 짓기 전 설계도와 조감도를 그리는 것처럼 우리 일 역시 탄탄한 기획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고객의 의도에서 출발하라
모든 기획에는 의도가 존재한다. 왜 이 시점에, 이 기획이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정의가 곧 기획의 배경이 된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이에 맞는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법. 기획의 출발점이 되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의 고객이란 일반 소비자는 물론 내 기획안을 검증하는 상사나 동료도 될 수 있다.
이때 함정은 우리가 종종 고객의 요구를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비롯하여 소비자 행동 패턴, 각종 데이터와 지수 등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 문제는 전혀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디자인 씽킹으로 문제에 다가서라
겉으로 드러난 현상 뿐 아니라 행간의 의미,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집요한 탐구가 필요하다.
골목식당의 백종원이 식당의 문제점을 파악할 때 자주하는 세 가지 행동이 관찰, 경험, 질문이다. 그는 음식 맛을 평가하기에 앞서 주방의 상태를 체크하고 주인장의 행동을 먼저 살핀다. 그리고 고객의 입장이 되어 음식을 맛보고 모든 의문점을 종합하여 인터뷰를 실시한다. 최종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더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자이너들의 방법론과 닮아있다. 디자이너들 역시 제품을 개발할 때 사람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개선 포인트를 발견한다. 중요한 디테일은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나올 때가 많다. 모든 기업들이 자신들의 서비스와 상품은 고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고객의 반응은 천양지차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한 끗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때 고객은 외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해결의 킹핀을 찾아라
문제 정의를 제대로 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킹핀(King Pin)을 찾는 것이다.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쳐서 점수를 내려면 맨 앞 줄의 1번 핀이 아니라 정중앙에 숨어 있는 5번 핀, 즉 킹핀을 쓰러뜨려야 한다. 업무에도 이러한 킹핀이 존재한다. 문제정의를 올바르게 하면 킹핀이 제대로 보인다. 핵심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에 어느 지점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선명해지는 것이다.
“지금 이 방법이 맞아?” “정말 이렇게 해서 되겠어?”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맨 처음 출발선상부터 되돌이켜 봐야 한다. 제시된 해결책이나 실행방법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문제정의의 오류로 인해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일 수도 있다.
기획은 결론으로 말한다
프리젠테이션 혹은 보고자리에서 보고서의 맨 뒷 장부터 살피는 상사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심한 경우 준비한 보고서는 아예 들추지도 않고 “그래서 결론은?”이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결론이 명확하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 하더라도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좋은 기획에는 기획자의 결론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기획의 배경, 현황, 추진 경과, 실행 전략 등은 어쩌면 결론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다.
문제정의부터 결론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개인적 지식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의 활용이 중요하다. 기획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각종 데이터, 이들을 해석하는 관점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 기획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이때 자료나 숫자가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파악하여 자신의 창의적인 제안, 통찰을 더한다면 보다 완벽한 기획이 될 것이다.
조직에서 기획’만’ 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담당 직무가 무엇이든 기획 마인드는 필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무언가를 ‘작성’하려 들기 때문이다. 자칫 기획서 쓰는 일을 기획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기획서는 어디까지나 기획의 내용을 담은 문서이다. 무작정 모니터 앞에 앉기에 앞서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이 원고는 양은우 저, 책 <기획자의 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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