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부는 곤도 마리에 열풍.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장난감 정리에 관심이 더 많았다던 다섯 살의 곤도 마리에. 그녀는 일본 최고의 정리컨설턴트로 자라났다. 그런 그녀가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특별한 정리정돈 법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2019년,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리얼리티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 출연해 집 정리 노하우를 알려준 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 특히 소비가 미덕이라 믿고 살아온 미국 사람들에게 곤도 마리에의 정리 방법은 단순한 집 정리를 넘어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육아로 지친 부부는 정리를 함으로써 관계가 회복되었고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는 남편 짐을 정리하며 또 다른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방영 직후 한 기부 물품 업체의 수집 량이 전년 대비 40%가량 늘었을 정도로, 그녀의 이름 곤도(Kondo)는 정리를 뜻하는 신조어가 되었다. 2014년에 그녀의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미국에서만 800만 부 이상 팔렸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는 것이 곤도 마리에 정리의 핵심.
곤도 마리에 정리법의 핵심은 ‘설렘’이다. 내가 가진 물건들을 일일이 만져보고 설레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여기에도 순서가 있는데 옷, 책, 서류, 소품, 추억의 아이템 순으로 분류하고 정리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옷이나 책을 모두 한 곳에 꺼내놓고 정리하라는 것이다. 천장을 뚫을 기세로 쌓이는 물건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무절제하게 소유하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정리 시작 전, 그녀는 하나의 의식으로 무릎을 꿇고 집에 인사를 건넨다. 그 후 버리는 물건에 생명력을 부여해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건넨다. 사람들은 다소 주술적, 혹은 종교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러한 정리 절차에 매력을 느끼며 비우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
행복하려면 절제하라.
자본주의의 끝, 소비의 천국인 미국에서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 믿고 살아온 미국인들에게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물질 소비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은 더 많은 소비를 부추겼고 결국 언제 산 건지도 모를 물건 더미에 갇힌 채 살아가게 되었다. 물론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 것일까? 곤도 마리에가 정리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면 덴마크의 대중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스벤브링크만은 불필요한 욕망을 절제하고 기꺼이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절제하는 삶의 원칙 중 하나는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는 것’이라고 밝힌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마음이 순결함은 단 한 가지만 바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마음 쓰는 한 가지에 계속 집중하기 위해 다른 것들은 놓아버리는 것이 마음의 순결함을 지키는 방법이다. 욕심을 내서 전부 붙들고 다 이루려고 애쓰면 정작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게 되거나, 욕망에 휘둘려 방황하게 된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삶
스벤브링크만의 진짜로 원하는 것 하나만 남겨 집중하라는 메시지는 곤도 마리에의 설렘이 있는 물건만 남기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정리를 통해 과거에 대한 애착과 현재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직면하고 나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 보라고 말한다.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재배치하는 걸 넘어 생각을 정리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끝없이 욕망을 좇아 간다. 물건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고 각종 유혹은 넘쳐난다. 하지만 만약 내 인생이 그걸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이야말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곤도(Kondo-정리)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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